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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정글에 천국을 짓는 사람
이건숙 저 I 두란노 I 2011-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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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 마음이 꽁꽁 묶여 베트남으로 간 장요나 선교사!

식물인간에서 베트남의 요나로 살기까지 말할 수 없는 고난과 감격 『정글에 천국을 짓는 사람』. 이 책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에 188개의 교회와 병원을 세우며 온몸으로 영혼을 사랑한 장요나 선교사의 이야기를 담았다. 장요나 선교사는 위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하나님의 손에 붙들린 사람이다.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을 지닌 그의 사역을 통해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전 세계에 흩어져 사역하고 있는 선교사들의 삶을 이해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며 도전 받는 계기를 마련한다
 
 
책머리에 … 4

PART. 01
정글에 부는 바람

라오스 국경에서 잡히다…10│ 언청이 처녀…15 │ 숲속의 하모니…21 │
작두무당 넘어지다…28 │ 화장실에 묻은 성경…36 │ 유미 선교사…42 │
할아버지의 빚…47 │ 정글에 부는 바람…52

PART. 02
탕자, 요나가 되다

식물인간이 되다…60 │ 요나가 되다…68 │ 감림산 기도원…76 │
실족한 사람들의 피 값…83 │ 아내를 만나다…90 │ 탕자 시절…97 │
서원기도…102 │ 베트남 선교사가 되다…107

PART. 03
정글에 길을 내다

다시 베트남 땅을 밟다…114 │ 선교의 베이스캠프…119 │ 침대는 나무관…128 │
선교지의 하루…136 │ 기도하는 돌팔이 의사…142 │
안기부 지부장 띠엔의 회심…148 │ 여섯 번째 감옥행…153 │
오토바이를 타고 복음을 전하다…162

PART. 04
베트남을 사랑한 사람들

요나공법이 빛을 발하다…168 │ 쪽방에서 보내온 사랑…174 │
친구의 죽음을 딛고 더 단단해지다…179 │ 어느 할머니의 구원…185 │
자비로 세운 첫 교회…191 │ 강직성척추염이 빚어낸 열매…198 │
나병마을에 퍼지는 찬송가…203 │ 노(老)목사의 회개…208 │ 빵장수 소판…214 │
어둠에서 빛으로…220

PART. 05
하나님의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천국에서 만납시다…232 │ 간암 말기의 아내를 혼자 두고…239 │
“혹시 제 아버지 아니세요?”…247 │ 또 한 번 사형선고를 받다…261 │
아, 박지선 선교사…270 │ 위기에서 건진 평화수교훈장…280 │
또 하나의 가족, 사랑의선교센터…285 │ 순례자의 길…291
 
 
남편이 선교에 관심이 많아서 상당히 많은 선교지를 돌면서 현장에서 수고하는 선교사들을 만나 저들의 사역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2년 전에 만나 본 베트남 장요나 선교사는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충격을 주는 사역을 펼치는 선교사였다.
그의 일대기를 쓰면서 베트남에 두 번이나 갔고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더운 캄보디아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씨름하며 글을 쓰기도 했다. 특히 베트남에 머물면서 자료 수집을 하는 동안 그의 수고와 아픔이 내 일처럼 다가와서 많이 울기도 했다.
장요나 선교사는 위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하나님의 손에 강권적으로 붙들린 사람이다.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을 지닌 그가 그 많은 사역을 하자니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그를 따라 현장에 동참하면서 그를 통해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강하게 느꼈고 정말로 살아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만날 수 있었다.
(/ p.4)

요나 선교사는 베트남 선교를 위해 우선 공산화되기 전에 있었던 기존 교회들을 찾아 나섰다. 명목상 존재하는 총회를 찾아가서 호찌민에 버려진 기존 교회 명단을 받았다. 시내 중심가부터 헤집고 다니기 시작했다. 목사와 성도들은 모두 숨어 있어서 찾아내기도 힘들었다.
호찌민의 벤찌동에 이르니 주위의 큰 빌딩에 눌린 공터가 잡초만 우거진 채 버려져 있었다. 도심지의 요지에 이런 장소가 있나 싶어서 요나 선교사는 공터 안을 기웃거렸다. 주위의 빌딩 숲에 가려 공터는 더욱 작고 납작하게 보였다. 놀랍게도 공터의 잡풀 더미 속에 낡고 썩어서 찌부러진 교회 건물이 남아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의 기척이 전혀 없다. 교회는 폐가처럼 버려진 건물이 되었다. 교회의 입구에는 나무 막대기로 엇비슷하게 십자가형으로 못질을 했고 그 옆에 붉은 글씨의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하나님의 집이 이렇게 후락하여 구질하게 버려진 것에 가슴이 아픈 요나 선교사는 잡풀을 헤집고 앉아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때 누군가가 뒷간에서 얼씬거리는 것이 아닌가. 무섬증이 확 일어나서 여차하면 도망칠 태세로 소리 나는 쪽으로 등을 돌렸다.
“기도를 하셨지요?”
요나 선교사는 엉거주춤 상대방의 정체를 알려고 머무적거리면서 어눌한 몸짓으로 머리를 끄덕거렸다.
“따이한이군요.”
여기서는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여전히 의심하는 마음을 늦추지 않고 머리만 끄덕였다.
“목사지요? 선교사? 그런 냄새가 나는군요.”
낯선 남자가 바짝 마른 손을 요나 선교사에게 내민다.
“전 이 교회의 람(Ram) 목사입니다. 공산화되기 전에 이 교회 담임목사였는데 성도들이 모두 잡혀가고 흩어져서 저 혼자 남았습니다.”
너무 반가운 마음에 요나 선교사는 람 목사의 손을 두 손으로 덥석 잡고 끌어안았다.
“이 풀숲에 버려진 교회에서 무얼 하고 있었습니까?”
그러자 람 목사는 피식 웃으면서 턱으로 담 구석에 허름하게 지어진 뒷간을 가리킨다.
“거기서 무얼 하세요?”
요나 선교사는 람 목사가 폐허인 화장실까지 와서 볼일을 보는 것이 우스워서 물었다. 그러자 람 목사는 검지를 세워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내면서 겁에 질린 듯 주위를 둘러본다. 공포심에 잔뜩 질린 얼굴이다. 아아! 아직도 이곳은 기독교를 믿으면 핍박을 받는 나라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전 매일 이곳에 와서 성경을 읽습니다. 화장실 바닥 땅을 깊이 파고 성경을 비닐에 둘둘 싸서 묻어 놓고 말입니다. 요즘엔 비닐이 있어서 참 좋습니다. 비닐에 성경을 싸서 묻어 놓고 매일 뒷간에 들어앉아 성경을 읽고 난 뒤 다시 땅속에 묻어 놓습니다. 어떤 때는 깜깜한 밤에 성경이 읽고 싶어 미칠 지경이 되면 손전등을 들고 와서 그 빛에 의지하여 보고픈 성경 구절들을 찾아 읽기도 합니다.”
이런 람 목사와의 만남은 요나 선교사에게 큰 힘이 되었다. 두 사람은 시간을 정해 놓고 이 교회가 수축되는 날을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다. 매일 공터의 찌부러진 교회에 들러 잡풀 더미의 한 귀퉁이에 숨어서 기도하는 날이 계속되었다.
람 목사는 나트랑신학교 출신이었다. 공산화된 호찌민에서 그는 요나 선교사와 함께 영적 전쟁의 최전선에 나란히 서게 된 셈이다. 40대 중반인 람 목사에게는 다섯 살과 여섯 살의 두 딸이 있었다. 아주 젊은 일꾼이 공산화된 호찌민에서 손발이 묶여 활동을 못하고 있었다.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의 거대한 물결이 리듬을 타고 대로를 흘러간다. 저녁 퇴근시간을 꽉 메운 길이 어느 정도 한산해지자 요나 선교사는 기도하기 위해 버려진 벤찌동교회로 향했다. 석양을 등지고 있는 교회는 그야말로 찌그러지고 삐딱하게 기울어진 고가로 귀신이 나올 것처럼 처량하게 방치되어 황막하기까지 했다. 먼지만 잔뜩 내려앉은 교회를 볼 적마다 요나 선교사의 가슴이 알알하게 아파 온다.
허름하게 둘러친 울타리에 서는 순간 요나 선교사는 발을 멈추고 뒷걸음질 했다. 화장실에 숨어서 손전등으로 성경을 읽고 있던 람 목사가 공안에 잡혀서 끌려 나오고 있었다. 람 목사는 끌려가면서 모른 척하라고 눈짓을 한다. 그의 옆을 스치는 순간 람 목사가 재빨리 속삭였다.
“제 두 딸과 아내를 부탁합니다.”
그토록 사랑하여 뒷간의 땅속에 묻어 놓고 읽던 성경도 공안의 손에 증거물로 들려 있었다.
“아무 걱정 마요. 내가 남은 가족을 돌볼 터이니.”
끌려가는 람 목사의 등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고 바라보던 요나 선교사는 흐르는 눈물을 삼키면서 람 가족을 찾아 나섰다. 두 딸과 그의 아내는 그날부터 센터의 식구가 되었다.
람 목사는 감옥에서 5년을 갇혀 있었다. 그동안 호찌민은 차차 기독교 탄압을 완화하며 외국의 눈치를 보더니 기존 교회 건물을 수축할 수 있게 허락해 주었다.
어떻게 이 무너진 제단을 세워야 한단 말인가. 큰 산이 요나 선교사의 앞을 가로막았다. 삐딱한 울타리에 손을 얹고 간절히 속으로 기도하고 있을 때 두 여인이 다가왔다.
“한국인이지요? 기도하시는 걸 보고 알았어요. 저희도 예수를 믿어요. 저희 두 자매는 여기 호찌민에 관광을 나왔어요. 마침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데 저희들을 좀 안내해 주세요.”
요나 선교사는 두 자매를 이끌고 호찌민 시내의 가장 번화한 곳으로 데리고 갔다. 인구가 천만 명이 넘는 호찌민 시는 공산화되기 전에 동양의 진주요 파리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1975년 베트남 사회주의 정권이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여 사이공이라는 이름이 호찌민으로 바뀐 도시다.
도시를 함께 둘러본 뒤에 한국 식당으로 인도했다. 두 자매는 도시 관광을 하면서 서로 익숙해지자 자신들을 소개했다. 의사의 딸들이었고 그중 한 자매는 의사 남편을 둔 부자였다.
“목사님과 만난 공터는 왜 그렇게 후락했지요. 꼭 귀신이 나올 것같더군요. 도심지에 버려져서 마치 마른버짐이 퍼진 피부병에 걸린 것처럼 보였어요.”
“거기가 바로 교회였습니다. 벤찌동교회인데 수축해야 합니다. 저는 이곳에 선교사로 와 있는데 그 교회를 반드시 다시 세울 것입니다. 공산화된 뒤에 폐쇄된 교회지요.”
그러자 언니인 자매가 심각한 표정을 짓다가 흐느껴 운다. 갑작스러운 자매의 울음에 당황한 요나 선교사는 어리둥절하여 두 자매의 눈치를 보았다.
“실은 의사 남편이 간호사하고 바람이 나서 속이 상해 마음을 잡을 수가 없었어요. 해서 이 여행을 하고 있었는데 상처 받은 마음이 위로 받을 기회를 잡았네요. 제가 그 교회를 아주 웅장하고 아름답게 수축하고 싶군요.”
그 말을 들은 요나 선교사는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자매들의 손을 덥석 잡았다.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부정한 남편으로 인해 마음이 상했으나 이런 좋은 일을 위해 하나님이 저희 두 자매를 베트남에 보내셨군요. 여기서 위로를 받고 남편을 용서하고 싶어요.”
요나 선교사는 그들의 영혼의 평화를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차가웠던 두 자매의 손에 온기가 돌면서 죽을상을 하던 얼굴에 평화와 기쁨이 임하기 시작했다. 돌처럼 굳었던 얼굴에 화기가 돌면서 마치 생명이 소생하는 듯 보였다.
“친정아버지가 의사이자 장로님이니 우리 가족이 이 교회를 수축하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벤찌동영락교회가 탄생했다. 중층에 람 목사를 위한 사택을 마련하기로 설계하면서 요나 선교사는 이런 역사를 일으키시는 하나님을 찬양했다.
 
 
 
 
저자 이건숙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독일어과 졸업, 미국 VILLANOVA UNIVERSITY(펜실베이니아 주) 도서관학 석사. 198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양로원》이 당선되어 등단. 소설집 《팔월병》, 《미인은 챙 넓은 모자를 좋아한다》, 《꿈꾸는 여자》, 《민초들의 이야기》, 《어느 젊은 목사 아내의 수기》. 장편 《이브의 깃발》, 《에덴의 국경》, 《바람 바람 새 바람》, 《사람의 딸》, 《빈 배를 타고 하늘까지》, 《남은 사람들》. 수필집 《꼴찌의 간증》 외 8권. 꽁트집 《하늘나라 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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