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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베들레헴은 지금
양기선 저 I 홍성사 I 2014-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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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남자〉에 열광하는 땅, 매일 검문소를 지나야 일터와 학교에 갈 수 있는 땅
베들레헴에서 보내는 르포르타주 평화 에세이!

1. 스물둘 대학생, 베들레헴을 가다
2013년 8월. 스물둘의 대학생 양기선은 베들레헴 대학교 교환학생으로 선발되어 베들레헴 땅에 간다. 메시아가 태어난 땅, 양 떼가 풀을 뜯는 한가로운 풍경을 상상했던 그곳은 자동차 매연과 쿠란을 외우는 소리, 히잡을 쓴 여성들로 북적북적한 전형적인 아랍 도시였다. 저자는 첫날부터 충격을 받고 베들레헴이 어떤 곳인지 하루하루 익혀 나간다. 예수가 태어났다는 탄생교회가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지만 정말 그곳에서 예수가 태어났을까 의문도 들고, 예수가 태어났다는 장소에 정성들여 입 맞추는 순례객을 보며 쓸데없는 짓 아닐까 걱정하기도 한다.
경적을 울려 대는 자동차와 사람들이 뒤엉켜 정신을 쏙 빼놓는 시장 골목, 대형 스프라이트 광고판과 히잡을 쓴 여성들이 공존하는 거리, 시도 때도 없이 공사가 이어져 도로를 통째로 걷어내고 송두리째 뽑힌 나무가 쓰러져 있어도 별일 아니라는 표정으로 총총 걸어 다니는 곳. 베들레헴은 서안지구에 속한 팔레스타인 땅이지만 이스라엘의 점령하에 놓인 곳이다. 어린이들이 이스라엘 군인들을 향해 일상적으로 돌을 던지고 어떤 학교는 군인들이 교문 바깥에서 총을 들고 서 있는 곳.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면서도 사람들의 일상은 계속되는 베들레헴. 《베들레헴은 지금》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속에서 살아가는 베들레헴 사람들의 삶을 한국인 대학생이 바라본 르포 에세이이다.

2. ‘꽃보다 남자’와 강남스타일
외국인 학생은 저자를 포함해 단 두 사람인 베들레헴 대학교. 저자가 지나갈 때마다 여학생들이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 쳐다보듯 하다가 자기들끼리 함박웃음을 터트린다. 대체로 수줍음이 많아 히잡을 뒤집어쓰고 다니는 여성들과 달리 아랍 남성들은 계단에 걸터앉아 담배를 뻑뻑 피워 대며 낯선 이방인에게 거침없이 다가와 악수를 청한다. 전교생 3,000명 중에 무슬림 비율이 71퍼센트, 여학생 비율이 76퍼센트인 베들레헴 대학교에서도 한국 드라마는 인기다. 우리나라에서는 한물 간 〈꽃보다 남자〉가 ‘보이즈 오버 플라워’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누리고 여학생들은 “민호, 민호”를 연발하며 수줍게 웃는다. 남학생들은 강남스타일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것이 자연스럽다. 시장에서도 저자를 향해 “오빠, 강남스타일!”을 어색한 아랍어로 외쳐 부르곤 한다. 이스라엘과 늘 긴장 속에 있으면서도 사람들의 삶은 이렇게 계속된다.
 
 
프롤로그

1. 첫 만남 베들레헴 / 이 땅에 무슨 일이? 2. 그곳에 사람이 산다 베들레헴 남자 그리고 여자 / 씨니, 야바니, 꾸리 / 무슬림 72% / 캠퍼스 사람들 / 하마스와 파타 / 탄생교회가 걸어서 10분 / 쇼핑 카트를 나르는 아이들 3. 점령 순교자 대 테러리스트 / 장벽과 아이들 / 검문소 400곳 / 새벽 4시, 검문소에서는 / 정착촌, 땅 따먹기 전략? / “여기에 왜 군인들이 서 있어” / 금요일의 행진 / 우린 팔레스타인인이니까 / “우린 이런 일에 익숙해” / 신입생 환영회, 정치 / 난민들 / 알다가도 모를 일 4. 크리스천 시오니즘 시오니즘은 무엇인가 / “시오니즘이 성경적인가요” 5. 메시아 아랍 크리스천들 / 베들레헴 바이블 칼리지 / 우리는 무슬림을 전도하지 않습니다 / 선교는 논리가 아니다 / 진정한 평화는 언제쯤 / 저항하라 그리고 사랑하라

에필로그 / 참고도서 / 주
 
 
4. 본문 속으로
베들레헴에서 지내며 처음 깨달은 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자살폭탄 공격에 열중하는 ‘미친’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함께 살을 맞대고 지내다 보면 이들도 다들 먹고살기 바쁜 사람들이고, 평화롭게 자신의 땅을 가꾸기 갈망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단순한 사실을 깨닫는다. 외국인인 나에게 거리낌 없이 말을 걸고, “웰컴, 웰컴” 하며 손짓하는 현지인들을 보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이들에 대한 편견을 걷어 나갔다. 이런 사람들을 오해해 온 나 자신을 되돌아보며 부끄러워하는 날도 있었다. 베들레헴 사람들은 외부인들에게 열려 있다. 처음 만난 나를 아파트에 초대하기도 하고, 여학생들도 자기 집에 놀러 오라는 말을 별 망설임 없이 하곤 한다. _40~41쪽, ‘베들레헴 남자 그리고 여자’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여학생들은 얼굴을 붉히며 한국 드라마가 좋다고들 한다. 베들레헴에서는 MBC4라는 녀석이 한류의 물줄기를 이 땅으로 흘려 보내고 있다. MBC4는 문화방송이 아니라 중동 방송국(Middle Eastern Broadcasting Center)의 약자이다. 한국 드라마 전용 채널은 아니지만, KBS World와 함께 다수의 한국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한류의 공신이다. 이곳에서 제일 잘나가는 드라마는 〈꽃보다 남자〉였다. 우리나라에서 한물 간 지 오래인 드라마가 〈보이즈 오버 플라워Boys over Flowers〉라는 이름으로 여기에서 다시 인기몰이를 하고 있었다. 이 드라마 이야기를 할 때마다 여학생들은 “민호, 민호”를 수줍게 외치며 얼굴을 붉혔다. _64쪽, ‘캠퍼스 사람들’

매일 새벽 3시가 되면 베들레헴에서는 택시들이 정적을 찢으며 달린다. 목적지는 다들 동일하다. 일단 이곳에 도착하면 승객들을 토해내고 바쁘게 다른 승객들을 찾아 떠난다. 새벽 4시가 되면서 이곳에는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모여든다. 이곳은 바로 분리장벽을 걸어서 넘어가는 검문소다. 이른 새벽에 모이는 이 사람들은 유대인이 관리하는 곳에서 일하기 위해 장벽을 넘어가려는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이다. …… 사람들은 바쁜 걸음으로 줄을 서기 위해 몰려들고 있었고, 택시들은 계속해서 현지인들을 검문소 앞에 내려놓고 있었다. 사람들의 표정은 담담했다. 아니, 다들 아무 표정이 없었다. _114~116쪽, ‘새벽 4시, 검문소에서는’

병사들과 50미터는 족히 떨어진 거리였고, 아이들이 던진 돌도 얼마 날아가지 않아 힘없이 툭 떨어졌다. 무슨 일이 터질 것만 같은 조마조마함과 함께 “저게 무슨 소용일까……” 하던 찰나, 펑 소리가 나더니 최루탄이 아이들 앞에 떨어졌다. …… 누가 들으면 어떻게 초등학생에게 최루탄을 쏠 수 있냐고 따지겠지만, 아이들은 마치 최루탄을 기대했던 것 같았다. 병사들을 자극해서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기세등등함이 잔뜩 묻어났기 때문이다. 최루탄 연기를 피해 다니는 아이들은 의식을 치르는 인디언처럼 환호했고, 그제야 가던 길을 갔다. _145~146, ‘여기에 왜 군인들이 서 있어?’
 
 
5. 일상 뒤의 일상
베들레헴이 있는 서안지구는 파타당이 실권을 잡고 있다. 가자지구를 다스리는 하마스와 달리 파타당은 다소 온건한 방법으로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추구하는 조직이다. 파타당이 학생회를 장악한 베들레헴 대학교에서는 파타당이 주요 행사를 조직하고 가끔은 팔레스타인인민해방전선 사람들이 와서 연설을 하기도 한다. 평소에는 사진기를 들이대면 수줍어하던 여학생들도 이날만큼은 부끄러운 기색이 없이 구호를 외치고 진지한 표정으로 박수를 친다.
베들레헴이 있는 서안지구 사람들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땅과 집을 빼앗기기도 하고 안보라는 이름으로 건설되는 분리장벽 안에 갇혀 살아간다. 비교적 높은 소득을 보장받기 위해 이스라엘 땅에 나가 일하는 사람들은 검문소를 통과하기 위해 매일 새벽 4시부터 긴 줄을 서기도 한다(2012 서안지구 실업률 20.1%). 물론 이스라엘로 건너갈 수 있는 허가증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에 등록된 팔레스타인 난민의 수는 2014년 1월 현재 542만 명이 넘으며 등록되지 않은 난민과 내부에서 추방된 난민까지 합하면 740만 명에 이른다. 팔레스타인 사람의 3분의 2가 이스라엘 건국 과정에서 쫓겨난 것이다.
한편 베들레헴(서안지구)으로부터 끊어져 있는 가자지구는 2014년에 다시 시작된 공습으로 만신창이가 되었다. 2014년 9월 현재 가자지구 교전은 하마스와 이스라엘 측의 휴전 합의로 일단락되었지만 언제 교전이 다시 시작될지 모른다.

6. 이 책이 바라보는 시선
《베들레헴은 지금》에는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이 거의 모든 쪽에 실려 있다. 전문 사진작가는 아니지만 베들레헴 사람들에게 바짝 다가서서 그들의 자연스러운 눈빛과 손짓을 포착해 낸 저자의 신선한 시선이 담겨 있다.
기독교인이라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분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먼저 이 책은 이­팔 분쟁이 국가 사이의 전쟁이 아니라 국가와 토착민 간의 분쟁이며, 종교 분쟁이 아니라 같은 땅을 놓고 벌어진 두 민족 간의 분쟁임을 명확히 한다. 하나님의 약속을 받은 선민과 이방 민족 간의 싸움이라는 그릇된 시오니즘을 넘어서서 성경과 지식인들의 만남을 통해 시오니즘에 대한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해결점을 찾고 있다. 이 책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을 통해 구약의 약속을 신약적 맥락으로 끌어안으면서 두 민족 간의 용서, 평화 그리고 유대인과 이방인 모두를 품으시는 하나님의 큰 계획을 신뢰함으로 이 문제를 고민해 나가자고 제안한다.

7. 팔레스타인, 이스라엘의 입장
1. 팔레스타인의 입장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2세기 이후 약 2,000년 동안 팔레스타인 땅에서 살아왔다. 1880년대부터 전 세계에서 유대인들이 박해를 피해 이주해 오면서 2,000년을 살아온 민족과 유대 국가를 건설하려는 유대인들 사이에 긴장이 조성되었다. 1947년 유엔에 의해 팔레스타인 땅은 유대 국가(56.5%)와 아랍 국가(42.9%)에 할당되었으나 1948년 1차 중동 전쟁을 거치며 이스라엘은 77%에 달하는 땅을 차지했고, 1967년 3차 중동 전쟁 이후 나머지 23%의 땅(서안지구와 가자지구)도 요르단과 이집트로부터 빼앗았다. 450만 명이 넘는 아랍인을 자국으로 들일 수 없어 공식적으로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병합하지 않을 뿐, 이스라엘은 안보와 이데올로기를 이유로 이 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서안지구를 파고든 불법 유대인 정착촌, 주택 철거, 토지 몰수, 무재판 구금, 분리장벽 건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점령에 대한 저항으로 두 차례의 인티파다(민중 봉기)가 있었지만(1987, 2000) 이스라엘의 과잉 진압은 더 큰 분노를 일으켰다.
2. 이스라엘의 입장 2,000년 동안 계속되다가 1940년대에 절정을 이루었던 반유대주의 광풍으로 유대인들은 주권국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1897년 테오도르 헤즐은 세계 시오니즘 기구(WZO)를 설립했고, 1917년 영국의 밸푸어 선언 이후 팔레스타인 땅으로의 유대인 이주는 가속화되었다. 하지만 아랍 토착민들의 유대인 마을 공격으로 유대인들은 이에 맞서 무장 단체를 조직했다. 아랍 국가들의 요구에 굴복해 백서를 발행하며 유대인의 이주를 제한하던 영국군 또한 유대인의 처지를 악화시켰고, 이로 인해 나치즘이 득세할 무렵에도 유대인은 팔레스타인 땅에 자유롭게 이주할 수 없었다. 영국은 이 문제를 1947년 유엔에 상정했고, 같은 해의 분할안에 따라 1948년 5월 14일 이스라엘이 건국되었다. 건국 다음 날, 5개 아랍 국가들의 침공으로 1차 중동 전쟁이 발발한다. 이듬해 승리를 거머쥔 이스라엘은 77%의 땅을 차지했고, 1967년의 3차 중동 전쟁 이후에는 남은 23%의 땅을 점령(이스라엘의 표현으로는 ‘통치administer’)해왔다. 3,000년 전에 조상들이 살았던 땅을 이제야 ‘되찾은’ 이스라엘은 안보를 위협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셈이다.
3. 시오니즘 시오니즘(Zionism)의 시온(Zion)은 예루살렘의 시온 산을 가리키며, 고대 이스라엘로의 귀환 혹은 이스라엘의 회복 운동을 가리킨다. 반유대주의로 인해 안정적인 주권국가를 세우고자 했던 유대인들에게 있어 이 운동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의 중요한 추진력이 되었다. 1967년 3차 중동 전쟁 이후에는 시오니즘과 토라(모세오경)가 결합된 종교 이데올로기가 급속히 확산되었고, 기독교 진영에서도 성경과 현대 이스라엘을 연관 짓는 풍조가 빠르게 퍼졌다. 유대인의 귀환을 성경의 성취로 해석하여 이를 종말과 연관 짓는 ‘기독교 시오니즘’도 추진력을 얻었다. 그러나 하나님의 언약은 조건이 있는 언약이었다. 말씀을 떠나 불의를 행하는 이스라엘 백성을 하나님이 책망하고 벌하신다는 말씀은 성경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가나안 정복을 현대 팔레스타인에 적용하는 것도 비성경적이며, 엄청난 힘으로 자행되는 국가 단위의 테러와 궁지에 몰린 약자가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폭력은 구분되어야 한다.
 
 
양기선은 1992년생으로 한동대에 재학 중이다. 2013년, 교환학생 프로그램 목록의 ‘베들레헴 대학교’가 시선을 사로잡아 색다른 경험을 기대하면서 철없이 지원한 그는 베들레헴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무대라는 걱정 어린 조언에도 불구하고 베들레헴으로 간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테러리스트들의 땅 팔레스타인보다 선택받은 자들의 땅 이스라엘을 편들어야 하지 않겠냐고 중얼거리던 단순한 크리스천이었다. 그러나 베들레헴, 아니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테러리스트가 아니었다. 더없이 순수한 현지인들을 보면서 그는 스스로를 되돌아본다. 그리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짓누르는 군사 점령을 마주한다. 자유를 박탈당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건 힘든 일이었다. 한국에서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이 이곳 사람들에게는 갈망의 대상이었다. 이동의 자유, 경제활동의 자유, 신체의 자유까지. 그러나 이스라엘 지역에 가보아도 그곳에는 악마가 아닌 평범한 유대인들만 살고 있을 뿐이었다.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두 민족 모두 평범한 삶을 원하고 있었다. 계속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으로 망가져 가는 베들레헴. 고민 끝에 그는 펜을 들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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